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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8월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롯데월드타워 건립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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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경제 활동으로 나라에 이바지 해야 한다."

1960년대,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고국을 접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산업 불모지이던 대한민국에 부국의 꿈을 쌓아 올렸다. 세계 6위, 국내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123층 롯데월드타워는 신 명예회장이 역설했던 기업보국의 생활비대출만 신념을 잘 보여주는 랜드마크다. 롯데그룹은 식품, 유통, 화학, 건설, 제조, 금융, 관광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대한민국 경제 역사와 발자취를 함께해왔다.

롯데는 식민지 시대 신 명예회장이 일본에서 유학할 당시 창업한 작은 식품기업에서 출발했다. 1960년대 한일 수교 이후 한국에 대한 투자의 길이 열리자 파산법원 1967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호텔롯데, 롯데쇼핑,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등을 잇달아 창업 또는 인수하면서 지난해 기준 재계 6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오늘날 롯데는 한국 및 일본 등 20여개국에 200여개 계열사, 자산 130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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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을 위한 과자 그 이상의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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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신격호 명예회장. /사진=롯데그룹



1921년 울산에서 태어난 신 명예회장은 1942년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당시 끼니 때우기에 급급했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고자 롯데제과를 일궜다. 1948년 와세다대 졸업 후 식품회사를 차렸는데 당시 합성수지로 만든 일본껌을 이기기 위해 천연 치클로 풍선껌을 만들었다. 신 명예회장이 껌을 만든 이유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변변한 장난감이나 간식이 없던 시절 껌은 어린이들에게 적은 돈으로 큰 기쁨을 주는 식품이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어린이를 주 타깃으로 정하고 풍선껌 사업을 강화했다. 아이들이 작은 대나무 대롱 끝에 대고 풍선을 불 수 있도록 아예 껌과 대나무 대롱을 함께 포장해 판매했고 신 명예회장의 전략은 적중했다. 롯데껌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1961년에는 일본 1위이던 하리스를 밀어내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같은해 롯데는 일본 가정에서 손님 접대용 센베이가 초콜릿으로 대체되기 시작한 것에 착안해 초콜릿 제조에 착수했다. 신 명예회장은 시작부터 유럽에서 최고의 기술자와 시설을 들여왔고 '롯데 가나밀크초콜릿'을 출시했다. 이것이 밑거름되어 롯데는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음료 부문에 진출하며 종합제과 기업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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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 위에 쌓아올린 부국의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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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김포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는 신격호 명예회장 모습. /사진=롯데그룹



항상 고국을 그리던 신 명예회장은 한일수교 이후 다시 고국 땅을 밟게 되면서 1967년 한국에도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를 설립하게 된다. 그는 항상 기업이 경제활동을 통해 나라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기업보국을 강조하며 사업을 추진했다.

식품을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제과가 롯데그룹의 뿌리이면서도 고국의 어린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신 명예회장의 염원을 담은 사업이기 때문이었다. 1970년대에 호텔 건설을 제안받았을 때 롯데월드 테마파크를 함께 추진한 것도 그 때문이다.
호텔 사업 역시 기업보국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과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호텔 분야는 성공이 불투명한 사업이었지만 신 명예회장은 1000실 규모의 호텔에 더해 백화점과 오피스타운 동시 건설이라는 전무후무한 복합개발을 구상했다.
지하 3층, 지상 38층의 롯데호텔 건설에는 6년여 기간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에 버금가는 1억5000만달러가 투자됐다. 1970년대 일류 호텔의 규모가 300실 정도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규모였다.

이후 롯데는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 롯데리아 등 식품부문을 확대하는 한편 사업 다각화를 가속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틀 마련에 박차를 가했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을 설립해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유통·관광 산업의 현대화 토대를 구축했다. 이어 롯데건설,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롯데기공, 롯데전자, 롯데상사 등을 설립해 국가 기간산업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2022년 8월 해외 투자 중 최대 규모인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현장을 직접 방문해 프로젝트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2011년부터 롯데그룹은 신 명예회장의 차남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다. 신 회장 체제 아래 롯데는 내실 경영 기조를 바탕으로 주력 업종과 연관 사업에 대한 투자를 효율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2010년대에는 '아시아 TOP 10 글로벌 그룹'이라는 비전 달성을 위해 해외 진출을 가속했다.

주력 사업인 유통과 석유화학 부문에서 잇달아 1조원이 넘는 대규모 M&A를 성공시키며 국내외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지역에 진출해 식품, 쇼핑, 화학 사업을 안정 궤도에 올리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기반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